시작하며
환자분들께서 진료실에 오셔서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원장님, 저는 당뇨인데 고구마를 너무 좋아해서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또 여름이면 삶은 감자를 먹는 즐거움이 참 크지 않습니까? 그런데 당뇨인데도 삶은 감자가 너무 먹고 싶어 끊어야 하는지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입에서 당기는 맛 때문에 드시긴 하지만, "이거 먹어도 되는 건지 걱정돼요"라고 불안해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해답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드셔도 괜찮습니다. 먹는 즐거움까지 포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고구마, 감자, 옥수수만 먹으면 혈당이 쭉쭉 오르는 거 아닌가 걱정하신다면, 그것은 해당 음식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섭취 방법과 양의 문제라고 보셔야 합니다. 평소 드시던 것처럼 한 번에 두세 개씩 드신다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당뇨 진단을 받으셨다면 혈당 관리가 중요하지만, 무조건 밥을 확 줄이고, 탄수화물 자체를 멀리하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당뇨를 갖고 계신 분들도 탄수화물 섭취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 우리가 줄여야 할 탄수화물은 과자, 설탕 같은 정제 탄수화물입니다. 고구마, 감자, 옥수수처럼 자연에서 온 복합 탄수화물은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로 정제 탄수화물 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현실적으로 아예 안 먹고 살기는 어려우십니다. 대부분 식당에서 흰쌀밥이 기본으로 나오고, 친구 집에 가면 빵이나 떡, 간식거리가 자연스럽게 권해지는데 "당뇨라서 못 먹어요"라고 하기 어려울 때도 있으시죠. 가끔 너무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는 것도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드리는 몇 가지 원칙만 기억하신다면, 고구마, 감자, 옥수수 같은 음식도 충분히 드실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그 원칙들을 하나씩 설명드리겠습니다.
1. 일회 섭취량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탄수화물 섭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를 먹느냐보다, 한 번에 얼마나 먹느냐가 핵심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은 쌀이지만, 외국에는 빵이나 감자가 주식인 곳이 훨씬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쌀밥만 좋고, 빵과 감자는 건강에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밥도 먹고, 빵도 먹고, 감자도 먹고 이렇게 한 끼에 탄수화물이 과하게 섞일 때 생깁니다. 탄수화물 간식은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것도 문제지만, 총 섭취량이 많아지면서 혈당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따라서 간식을 드실 때도 한 번에 섭취해야 할 탄수화물 양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선택해서 드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혈당 관리는 물론, 먹는 즐거움도 충분히 지킬 수 있습니다.
📊 식품 교환표 활용법
섭취량을 정하기 어려우시다면, 식품 교환표를 적극 활용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식품 교환표는 우리가 평소 먹는 식품들을 영양 성분에 따라 6가지 군으로 나눈 것입니다.
- 곡류군
- 어육류군
- 채소군
- 지방군
- 우유군
- 과일군
같은 군에 속한 식품들은 영양 성분이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바꿔서 먹어도 영양 균형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이 원칙을 활용하면, 좋아하는 음식도 보다 자유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 탄수화물 1교환 단위 예시
탄수화물 1교환 단위는 약 100kcal, 당질 23g, 단백질 2g 정도에 해당합니다. 이를 쌀밥에 대입하면, 쌀밥 1교환 단위는 약 70g, 즉 3분의 1공기입니다. 잡곡밥도 동일하게 70g이 1교환 단위로 계산됩니다.
이렇게 계산한 탄수화물 1교환 단위는 다른 음식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구마는 1/2개, 감자는 1개, 옥수수는 1토막, 밤은 3알 정도가 1교환 단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밥을 한 공기 다 드시지 말고, 1/3공기를 덜어낸 후, 그 자리에 고구마 반 개, 감자 1개, 옥수수 1토막, 밤 3알을 채워 드시면 됩니다. 이 방법으로 탄수화물 총량을 조절하면서 좋아하는 음식을 드실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은 떡이나 빵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밥 1/3공기를 덜어내고, 대신 식빵 1장, 모닝빵 1개, 인절미 3개, 썰어 놓은 가래떡 12개 정도로 교환해서 드시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총 섭취량을 조절하는 습관을 들이면, 혈당이 크게 오르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드실 수 있습니다.
2. 고구마·감자·옥수수를 밥 대신 먹을 때 반찬을 반드시 챙기세요
고구마나 감자, 옥수수를 드실 때, 반찬 없이 그것만 드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혈당 관리에 좋지 않습니다.
고구마나 감자만 드시게 되면, 오히려 쌀밥 한 공기보다 더 많은 양을 드시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게 되어, 혈당이 급격히 오를 수 있습니다.
또한, 밥 대신 고구마나 감자를 드신 후에는 금세 허기가 느껴지기 때문에, 추가 간식을 찾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식사로 드실 때는 반드시 단백질과 채소 등 다양한 반찬과 함께 드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찬으로는 고기, 생선, 두부, 나물 등이 고루 포함되도록 구성해 주시고, 부족할 경우 삶은 달걀, 견과류, 두유 등도 추가하면 더욱 좋습니다.
아침에 빵이나 떡을 드시는 경우에도, 반찬 없이 탄수화물만 드시는 것은 피하셔야 합니다. 샐러드나 계란, 두유, 무청 등과 함께 드시면 혈당 상승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반찬과 함께 먹는 것이 혈당 조절 포인트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드실 때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반찬과 함께 드시는 것이 혈당 조절에 큰 도움이 됩니다.
- 고기, 생선, 두부, 달걀 등의 단백질 반찬과 함께 드세요.
- 나물, 버섯, 해조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반찬도 꼭 챙기세요.
- 부족한 경우 견과류, 두유 등도 좋은 보완식품이 됩니다.
3. 반찬으로 고구마·감자·옥수수를 드실 때는 밥 양을 줄이세요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반찬으로 드시는 경우에도 밥 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감자조림을 반찬으로 드시는 경우, 감자 1개 정도가 포함되었다면 밥 1/3공기 정도는 줄이셔야 합니다.
고구마전, 감자전, 카레 속 감자처럼 반찬이나 국에 포함된 탄수화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밥을 덜어내고 드시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특히 "반찬으로 먹었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밥도 그대로 드신다면 총 탄수화물 섭취량이 과다해져서 혈당 관리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반찬 속 탄수화물 양을 눈대중으로라도 가늠하고, 그만큼 밥을 덜어내는 습관을 들이신다면 혈당 관리에 훨씬 유리합니다.
🍠 감자·고구마·옥수수를 반찬으로 즐길 때 원칙
- 감자조림 1개 분량 = 밥 1/3공기 줄이기
- 고구마전, 감자전 = 밥 대신 먹기, 단백질 반찬 꼭 추가
- 카레 속 감자 = 감자 양에 따라 밥 조절 필수
이렇게 총 섭취량을 조절하는 습관만 잘 들이신다면, 혈당 걱정 없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마치며
오늘은 당뇨를 관리하고 계신 분들께서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보다 안전하게 드실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드렸습니다.
포인트는 식품 교환표를 활용한 섭취량 조절입니다. 밥을 한 공기 다 드시지 말고, 1/3공기를 덜어낸 뒤 그 자리에 고구마 반 개, 감자 1개, 옥수수 1토막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드시면 됩니다.
또한, 밥 대신 고구마나 감자를 드실 때도 반드시 반찬과 함께 드셔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탄수화물 과다 섭취를 막고, 혈당 상승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구마나 감자, 옥수수를 반찬으로 드실 때도 밥 양을 조절하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반찬으로 드신 감자나 고구마 양만큼 밥을 덜어내는 습관을 꼭 기억해 주세요.
이렇게 총 섭취량을 조절하는 습관만 들이신다면, 혈당 걱정 없이 다양한 음식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즐거운 식사가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현명한 선택으로 건강을 지키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건강한 식습관 관리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